정신건강칼럼8.
우울증과 자살, 그리고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역할
전체 인구의 15%가 살아가는 동안 우울증을 경험하고, 5-10%는 현재도 우울증상에 고통 받고 있다. 치료가 필요한 심한 환자는 3-5%정도이며, 특히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2배 정도 많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우울증을 앓고 있지만, 자신이 우울증이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힘겹게 지내는 경우도 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 우울증 진단을 받은 사람도 병원에 오기 전까지는 단순히 불면증이라고 생각해서, 동네병원에서 수면제 처방을 받으며 지내는 환자들도 많다.
우울증의 증상으로는 우울한 기분, 재미와 흥미의 상실, 수면장애(불면이나 과수면), 식욕이나 체중의 이상(일반적으로 식욕저하, 일부는 과식욕증), 피곤하고 기운이 없다거나, 의욕이 없고, 쳐지고 안절부절 못하는 증상, 무가치감 혹은 지나친 죄책감, 집중력저하, 자살사고 등의 증상이 있다. 이같은 9가지의 증상들 중 5가지 이상이 있다면 우울증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우울증의 종류는 다양해서, 쳐지고 까라지는 환자, 짜증을 내고 화를 내는 사람, 자꾸 아프다고 호소하는 사람, 많이 자고 많이 먹는 환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우울증은 심한 신체질환과 동반하는 경우가 많고, 약물로 인해 생기는 우울증상도 있어,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신체적인 병으로는 파킨슨장애, 갑상선질환, 머리를 다친 경우에도 우울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혈압약이나 파킨슨치료제, 스테로이드 제재 등의 약물이 우울증상과 연관되는 경우도 있다. 감별을 요하는 정신과적 질환으로는 가장 흔하고 중요한 병이 양극성장애(조울병)인데, (경)조증삽화 증상으로는 기분이 들뜨고, 의욕이 넘쳐 말 수가 많고, 과도한 자신감, 자기주장을 많이 하고, 과소비와 부적절한 투자를 하는 경우도 있다. 양극성장애는 (경)조증과 우울증이 번갈아 나타날 수 있는 병으로, 우울증상이 선행하는 경우가 많아 우울증으로 잘못 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 우울증 치료를 받던 환자가 갑자기 기분이 들떠 조증으로 이행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조현병이나 불안장애와 감별진단이 필요하다.
우울증의 원인은 중추신경계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과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부족해서 생긴다는 주장이 가장 지지받고 있으며, 심한 스트레스나 힘든 일을 겪는 경우 우울증이 유발되는 경우가 있다. 다른 원인으로는 내분비계 이상이나, 꼼꼼하고 완벽을 추구하는 성격을 가진 사람이 우울증이 잘 생긴다는 보고도 있다.
우울증의 치료는 뇌의 부족한 신경전달물질을 높여주는 항우울제 약물치료가 가장 중요하다. 세로토닌 선택적 차단제(SSRI)는 뇌속의 세로토닌을 농도를 높여 치료효과를 가지며, 최근에는 세로토닌 외에도 노르에피네프린, 도파민도 동시에 높여주는 약물이나, 다른 기전을 가진 약물들이 사용되고 있는데, 일반적으로 약물치료의 효과는 우수하다. 우울증 환자는 자기 자신이나 환경, 미래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는 인지장애를 나타내는데, 이런 환자에게는 인지행동치료가 도움이 된다. 여러 가지 치료법을 시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치료 효과가 없거나 부족한 환자에게는 전기자극치료(ECT)나 경두개자기자극술(rTMS)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우울증의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이유는 자살과 높은 관련성이 있기 때문이다. 자살의 위험 요소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현재가지 가장 확실하고 입증이 된 것들은 이전 우울증 병력과 자살시도 개인력이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자살률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우울증 치료 병력와 자살병력은 환자들의 정신건강증진에 매우 중요하다. 우울증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여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게 하거나, 자살위험성이 높은 환자를 관리하는 것은 정신건강증진센터의 중요 업무 중 하나이다. 특히, 자살 예방과 홍보 사업, 조기발견 사업은 광역정신건강증진센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사업을 통해 지역주민의 정신건강 증진과 행복한 삶을 키워 나가는 것이 나라 전체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동국대학교 경주병원 정신건강의학과장, 경상북도정신건강증진센터장 
